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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11:46


야구장에 가면 즐겁긴 하지만 워낙에 타고난 게으름으로 자주 찾지 않는 편이다.
뭐 거의 연례행사를 넘어선 수준이니 야구팬은 아니라는 것이 맞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 구단수도 모르고 야구선수 이름도 모른다. 당연히 연고지도 모르고 마스코트도 모른다. 그런 내게 눈에 들어온 구단과 마스코트가 생겼다.

내가 턱돌이를 처음본건 작년이였던 것 같다.
진짜 비호감이였다. 깜짝 놀라며 아니 어떻게 저런 마스코트를 만들었지? 싶었다. 남들은 곰이나 사자니 귀엽고 깜찍한 얼굴을 했는데 사람도 생김생김을 얼마든지 귀엽고 예쁘게 할 수 있었을텐데 저 푸르딩딩해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색에 튀어나온 턱이라니...
동생이 주는 블레오 링크를 보면서 환호하면서 턱돌이는 이상한 마스코트라는 생각에 잊고 있었다.


얼마전에 30분 다큐 마지막 부분이 턱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야구선수였다가 부상으로 꿈을 접고 방황하다가 지금은 야구를 떠나지 못해서 마스코트를 하고 있고 취미로 야구를 즐긴다는 말. 거기까지도 감동적인데 국내 야구팬 유치를 위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하철에서 홍보물을 돌리는 중이였다.
아~ 저 안에는 따뜻한 사람이 숨쉬고 있구나.
턱돌이가 한층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제 동생들의 성화에 야구장에 갔다. 두놈만 가도 될 것은 아픈 나를 굳이 불러내서 피자 한판을 사들고 3회초쯤에 야구장에 들어갔다.
목동 야구장에서 히어로즈와 LG의 경기가 있었다. 나야 뭐 어디 팬도 아니고 셋째 녀석이 LG팬이라서 그냥 거기 앉아서 따라서 응원했다. 근데 왠지 LG보다는 요새 아무도 안사가서 적자라는 히어로즈에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랬더니 동생하는 말이 '언니 그래도 우리가 꼴찌야! 작년에 LG가 꼴찌했어. 우리가 더 불쌍해 ㅠ.ㅠ'라 했지만, 그래도 사가는 곳이 없어서 외상으로 경기한다는 말이 참 걸리더라.

5회쯤인가? 뭐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사람들이 갑자기 꺄꺄 거렸다.
턱돌이가 우리 뒤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도 같이 동생들과 꺄꺄~ 셋째 녀석은 '우유빛깔 턱돌이~ 잘생겼다~ 멋지다~' 외쳐주고 턱돌이도 기분이 좋아서 나름 퍼포먼스도 하고 앞에 아가씨 풍선을 들고 응원도 할라던 찰라.
빨간티셔츠에 머리벗겨진 아저씨가 뭐라뭐라 욕한다. 손짓으로 니네팀 가란다. 뭐 LG가 지고 있었으니 좀 화가 났을 수도 있지만, 첨엔 그러려니 했다. 턱돌이는 사진도 찍고 즐겁게 랄라 있는데 계속 뭐라 한다. 욕을 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턱돌이도 화난 몸짓을 했고 요원들에 의해서 둘은 바바이~하는 듯 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소란스럽게 입구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어쩌고 빨간옷 아저씨도 없어지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도 뭐 알 수 없으니 그냥 경기를 보는데 한 3회 정도를 연속해서 턱돌이가 안나오는거다. 우리끼리 '아 맘에 상처를 받았나봐. 어떻게 해. 아 어때서 상대팀 와서 같이 응원도 해주고 좋잖아~' 등등 떠들면서 있는데.... 잠시 뒤에 턱돌이가 나타났다.

절뚝절뚝... 걸음이 좋지 않다. ㅠ.ㅠ

그러더니 뭔가 종이에 적어서 가져온다.
내용은 대강 'LG팬 여러분 무례해서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였다.
아 괜히 내가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저 안에도 사람이 있는데, 야구팬도 아무 것도 아닌 나도 저 사람의 마음이 열정이 느껴지는데 왜 그럴까... 저 말을 쓰기 위해서 저 사람이 참고 참고 참아야 했던 마음과 그리고 다른 이를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저 사람을 힘들게 했을까...

그리고 잠시 뒤 턱돌이는 다시 LG응원단쪽을 찾아줬고 LG팬들은 져가는 경기지만 그를 환영하고 함께 사진 찍고 즐겼다. 하지만 그 빨간티에 머리 벗겨진 아저씨는 끝까지 좋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더라. 나랑 가까이에 앉아 있어서 계속 쳐다봤는데 거참...



오늘 동생이 던져준 링크를 보니 그 아저씨가 밀쳐서 턱돌이가 다리를 다쳐서 절뚝였던거란다. 참 마음이 또 짠해지고 아파온다.

난 아무래도 히어로즈의 턱돌이 팬이 될 것 같다. 턱돌이씨~ 얼른 완쾌해요. +_+/~~~


동생들은 삼성과 엘지. 난 히어로즈의 턱돌이 팬!


ps. 그나저나 이것들이 아파서 끙끙대는 나를 끝까지 집에 안보내주더라. -_-; 안아플 때나 불러내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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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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