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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4 까칠까칠까칠한 음식 2
  2. 2009.06.30 낯설다, 너.
  3. 2009.05.04 나비
  4. 2008.12.05 간만에 2
  5. 2008.10.05 cafe Mr. Homeless 4
  6. 2008.08.20 소년과 소녀의 여름 3
  7. 2008.05.14 솜사탕을 갖고 튀어랏! 1
  8. 2008.05.12 S라인은 아니지만 2
  9. 2008.04.27 일곱살 동우 2
  10. 2008.03.19 봄의 색깔 14
2009. 7. 4. 08:46


어릴 적부터 엄마가 끓여주신 시래기국에 참기름을 톡톡 몇방울 떨어뜨려 먹는 습관이 있다. 어릴 때는 먹고사는 것에 열중할 정도로 없던 시절이라, 시골에서 가져온 그 참기름도 귀하긴 했다. 동생들은 왜 나만 주냐면서 투덜거렸지만 사실, 동생들은 참기름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청 말렸다 불려서 그냥 된장 풀어 끓여놨던 시래기국. 거기에 참기름 한방울이 떨어지면 향이 그윽해지고 조금 더 담백한 맛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곤 밥을 말아서 푹푹 먹었다.

먹는 것에 까칠했던 나 때문에 엄마는 아침밥을 저녁에 주지 못하셨고-내가 찬밥이라고 투덜거렸다- 그런 엄마 덕에 나는 여직껏 까칠한 입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엄마가 날더러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것 같다 하셨으니 말로 굳이 하지 않아도 오죽했는지 알 것이다. 김장 때는 앉아서 설탕을 넣나 미원을 넣나 감시하고 넣으면 기겁을 하고, 어느해는 젓국이 많다느니 적다느니 그러고 있었다. 남의 집 김치는 손도 안댔다.

그런 까칠함은 학교에서 캠프를 가면 며칠을 거의 굶다시피하고 오게했고, 대학시절은 밖에서 먹는 밥이 영 입에 맞지 않아서 고생을 하곤 했다. 조미료 가득하고 설탕에 절여진 음식들이 입에 맞을리 없었다. 언젠가는 음식을 시켜놓고 맛보고 돈내고 나오기를 수차례 한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먼지나게 맞을 짓이다.

지금이야 그 뒤로 또 10년이 흘렀으니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굴지는 않는다. 제법 나가서도 잘 먹고, 그럭저럭 아침밥을 점심까지는 먹어주는 수준이다. 다 궁여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여하튼 나름 조금은 관대해졌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어디 가서 맛있다! 싶을만한 음식을 먹은게 손에 꼽기는 힘들 정도고 남들이 소개해준 맛집은 차마 맛없다 소리를 못해서 '괜찮네요 ^^'하긴 한다. 맛없다 소리만 늘어놓을 만큼 철부지 나이도 아니고 시켜둔 음식이 맛없다고 돈만 내고 나와버릴만큼 어리지도 않다. 정확히는 남들에게 '까칠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 때문이다. 좀 둥글둥글하고 편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거다. 그게 힘들긴 하더라.

꼬맹이가 있고부터는 사실 꼬맹이와 먹을 음식에 조미료를 넣은 순간이 단 한번도 없다. 처음 어머님께서 찾으셨는데 '안좋아요 어머니~ \^^/'하고 넘기기를 2년 정도 하니 자연스레 어머님도 찾지 않으신다. 쓰지 않고 묵혀뒀던 오븐도, 과자 만든다고 사용하기 시작했고, 직장 다닐 때는 일주일치 쿠키를 싸서 어머님께 보내기도 했다. 하루에 한봉지씩. 다른거 사 먹이지 마시라고. 물론 꼬맹이는 할머니댁 가면 당연히 열심히 슈퍼를 드나들었다.

생각해보면 정성이 하늘을 뻗쳤던가 아니면 유독 까칠한 내 성격이 알게 모르게 스믈스믈 나와서 애도 그렇게 키운 것 같다. 지금보니 대충 키운다고 다짐했건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여하튼 이렇게 자란 녀석이 지 엄마의 까칠함을 배우지 않았다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색소음료 먹겠다면 난 '야 뒤에 성분표 읽어봐'라고 하면 여덟살짜리가 쭈욱 보더니 '우~ 안먹어'이러고 내려놓는다. 한동안은 쿠키를 무조건 만들어내라고 하고, 처음 같이 살았을 때는 식당음식을 너무 싫어해서 힘들었다. 정말 한끼 정도는 적당히 사 먹었으면 싶은데 무조건 다 만들어달라는거다. 어르고 달래고 그렇게 3년이 되니 이제는 사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걸 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애한테 오죽 사먹였으면...

아침에 밤새 보챈 녀석 덕에 늦잠을 자고 부랴부랴 만두국을 끓였다.
어제 다행히 만들어둔 육수가 있었고, 어제 또 때마침 멀리 홍천서 온 감자만두가 있었다. 10분이면 육수에 만두 넣고 파, 마늘, 계란 풀어서 만두국이 완성된다.

꼬맹이는 이 만두국을 그냥 먹지 않는다.
앞접시에 하나씩 덜어서 식혀가면서-여기까지는 여느집 꼬맹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사정없이 볶은깨를 팍팍 뿌려서 먹는다. 대체 왜 그렇게 먹냐니 그렇게 먹는게 맛있단다.

내가 어릴 적에 시래기국을 먹을라치면 먼저 참기름병을 건내주신 엄마처럼 나도 녀석에게 깨통을 먼저 건내줘야겠다.






끝으로 고백하자면, 우리집 찬장 깊숙히 합성조미료가 있다. '고향의 맛 다시다'
정말 고향의 맛인지 딱 한가지 혼자 먹는 음식 중에 이걸 넣지 않으면 맛이 안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김치죽. 남들에게는 절대 해준 적 없는 김치죽. 지금은 속이 다 망가져서 속아플까봐 못해먹지만, 김치죽엔 다시다가 빠지면 절대 맛이 안난다. 먹어본지 한 2년 된 것 같다. 다시다를 대체할 맛을 여기엔 어떻게 찾지?





시래기명사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쓴다. -국립국어원 http://stdweb2.korean.go.kr/main.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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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9. 6. 30. 20:49



가끔 정리한다고 포토샵으로 끄적인 그래봤자 화벨 맞추는 수준으로 끄적인 사진 폴더.

오랫만에 들쑤셔 보니 사진 한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뭐야? 왜 남의 사진이 이 폴더에 있는거야.'

뒤적여보니 2007년 11월 어느 날.
그즈음의 사진을 전부 뒤져보아도 원본이 없는 것을 보니 내 사진이 아닌가싶다. 그런데 묘한 색상에 빠져들어 다시 보게 된다. 이거 조금 마음에 드는데? 누구 사진일까?

조금 더 뒤적여보니 내 카메라와 같은 기종. 다시 그날 그시간대의 사진을 뒤적여 보니 내 사진이였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그때 홀딱 날아간 색상에 색복원하다가 포기했던 그 사진인 듯 싶다.

사진이라는 것이 결국 추억의 기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기록과는 또 다르게 나로 하여금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다시 봐도, 내 사진 같지 않은 너, 너무 낯설다.






ps. 소위 자뻑에 빠진 어느 날. 오늘 날씨가 이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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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9. 5. 4. 21:41



갈 듯, 아니 갈 듯,
그렇게 망설이다
긴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했나보다.


봄 끝, 귀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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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12. 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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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굴지 말자! 아자 +_+/



--------

덧붙임 . 12. 05.
티스토리 달력 6월 사진으로 응모를 +_+

6월에 찍은 사진이지만 6월 분위기가 안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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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10. 5. 01:15








테이블 네개.
테이크아웃은 50%.
발밑을 돌아다니는 고양이.

그리고 잘 어울리는 이름 Cafe Mr. Homeless

커피 가득 배와 감성을 채워나올 수 있었다.

고양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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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8.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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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고 싶은데 둘 다 지지배네 -_-+

여긴 천마총,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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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5. 14. 19:49



솜사탕을 사수하려면 우선 튀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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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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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5. 11. 경포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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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5. 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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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랑하는 사람 중 한명이랍니다.

2008. 05. 11. 경포대에서... 모델 OX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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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4.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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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6일, 홍대 주차장 골목, 저녁에

내가 일곱살 때 우리 아빠는,
출장간 사이에 어린딸에게 읽어주지 못할 동화책을 미리 테잎에 녹음해두고 가셨고, 크리스마스날 밤 실눈으로 쳐다보는 딸 몰래 머리 맡에 인형을 갖다 두셨었다.

어린 딸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이였다.

지금은 그러지 못함에 죄송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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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8. 3. 1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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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어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기분 좋게 봄을 만끽하였다.
아직 바람이 차갑지만, 곧 홍대 주차장에서는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릴테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또 한번 서성이며 즐겁게 순간을 만끽할 수 있겠지.

돌아서면 그리울지 몰라도 나를 꽁꽁 얼렸던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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