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2. 22:21

1. 커피에 물들다.

피곤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간다. 잠을 3-5시간씩 자는게 일주일은 이어진 것 같다. 이런저런 핑계들을 갖다 대자면 산더미 같다. 결국 누군가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만큼 내게 쓰지 못하는게 아까워서 어쩌면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시간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게 아니다. 그냥 뒹굴거리더라도 내가 마음 편히 보낼 그런 시간이 아쉬운 것 뿐이다.
그래서 커피에 중독되었다. 피곤해도 자지 않기 위해서 칸타타를 하루에 한캔씩 마셨다. 오늘 동네 마트에서 칸타타가 너무 비싸길래 조금싼 에메랄드 커피를 사들고 왔다가 그 비정상적인 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중독된 것이다. 커피에...



2. 굿이라도 하고 싶다.

할머니 교통사고 나시고, 아빠는 이래저래 오가며 일하시다가 과로로 간염에 걸리시고, 엄마는 두 병원을 오고가다 쓰러질 지경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 길가다 문짝에 맞아서 귀를 꼬맸다. 다리와 아랫입술에 감각마비 증세도 생겼는데, 별 이상은 없을거란다.
믿음... 그게 중요한 것이다. 재익아저씨가 별 일 아니니 마음 놓아라 라고 말하는 순간 못잔 잠이 밀려들었다. 그냥 외상의 통증이지 별 일이 없을 것이다.



3. 책이 재미가 없다.

또 다시 침체기가 왔다. 무엇을 들고 읽어도 재미가 없다. 미칠 듯이 나를 잡아 끄는 책을 못보고 있다. 그건 아마도 거창하게 구입한 책이 너무도 재미가 없어서 악평조차 쓰기 싫어진 그 순간부터일거다. 의무적으로 끝까지 읽어는 주었지만, 과연 내게 남은건 뭔지. 그냥 잡지 책 한권이 나을 뻔 했다. 그건 책 한권에 생활의 지혜라도 한가지 들어있기 때문이다.



4. 정리는 남의 일.

매번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동생이 집정리를 해주곤 한다. 부끄럽게 나는 정리는 잼병이다. 버리지 못한다. 다 안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내 주변을 가득 메꾼 쓰레기를 대적하게 된다. 그리고 치운다고 앉아서 그걸 다 읽어보고 들여다 보고 회상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나를 현실로 되돌이켜주는...
요령도 없고 게으른 나는 동생이 없었으면 난잡한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5. 추억도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다.

청소를 하다가, 수많은 것들을 버렸다. 몇년전 쿠폰, 고지서, 안내서....
훌훌 버리고 나니 종이만 10L 봉투 두개에 담아졌다. 그날 누구를 만나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카드 고지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지서조차 버리지 못했는데, 차곡차곡 모으다가 어느새 지쳐 여기저기 그득 쌓아뒀는데, 다 찢어버리고 있었다. 너저분한 것이 짜증이 나는 순간 모두 찢어버렸다.
추억도 버려진다. 나만 안고 가고 있다면 나 역시도 이젠 내가 먼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6.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래 정준하의 술집 이야기가 기사에 오르내리는데, 기본적으로는 정준하는 업소의 운영에 대해 잘 몰랐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만약에, 정준하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두 알고 있었는데, 본인들의 이미지를 고려하여 모르는 척 한다고 가정할 때, 나경은 아나운서가 유재석씨에게
나 : 준하씨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유 : 너 준하형 못믿어? 형이 그럴 사람으로 보여?
라고 말을 한다면... 뭐 이 모든 상황은 가정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편리를 위하여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믿어버림으로써 나의 부도덕함 혹은 나의 과오가 덮어질 수 있어 타인에게조차 그 믿음을 강요하는 상황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 순간 갑자기 사람, 그리고 믿음 역시도 두려워졌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올 것이다.
아마 신씨 아줌마와 변씨 아저씨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이 순간에도 맛없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화학향이 목을 넘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 먹어준다. 내 돈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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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