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습관/끄적끄적, 오늘'에 해당되는 글 80건

  1. 2007.09.22 하루하루... 1
  2. 2007.09.18 무얼 망설이는가?
  3. 2007.08.09 금정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다.
  4. 2007.08.07 지갑 돌아오다. 1
  5. 2007.07.31 여행의 기억 2
  6. 2007.04.22 낚이다. 2
  7. 2007.04.15 학교 다녀왔습니다. m(__)m 4
  8. 2007.04.12 책 도착 2
  9. 2007.04.10 간만에 다방 다녀오다. 6
  10. 2007.04.04 위선과 가식, 그 찝찝함 2
2007. 9. 22. 22:21

1. 커피에 물들다.

피곤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간다. 잠을 3-5시간씩 자는게 일주일은 이어진 것 같다. 이런저런 핑계들을 갖다 대자면 산더미 같다. 결국 누군가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만큼 내게 쓰지 못하는게 아까워서 어쩌면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시간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게 아니다. 그냥 뒹굴거리더라도 내가 마음 편히 보낼 그런 시간이 아쉬운 것 뿐이다.
그래서 커피에 중독되었다. 피곤해도 자지 않기 위해서 칸타타를 하루에 한캔씩 마셨다. 오늘 동네 마트에서 칸타타가 너무 비싸길래 조금싼 에메랄드 커피를 사들고 왔다가 그 비정상적인 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중독된 것이다. 커피에...



2. 굿이라도 하고 싶다.

할머니 교통사고 나시고, 아빠는 이래저래 오가며 일하시다가 과로로 간염에 걸리시고, 엄마는 두 병원을 오고가다 쓰러질 지경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 길가다 문짝에 맞아서 귀를 꼬맸다. 다리와 아랫입술에 감각마비 증세도 생겼는데, 별 이상은 없을거란다.
믿음... 그게 중요한 것이다. 재익아저씨가 별 일 아니니 마음 놓아라 라고 말하는 순간 못잔 잠이 밀려들었다. 그냥 외상의 통증이지 별 일이 없을 것이다.



3. 책이 재미가 없다.

또 다시 침체기가 왔다. 무엇을 들고 읽어도 재미가 없다. 미칠 듯이 나를 잡아 끄는 책을 못보고 있다. 그건 아마도 거창하게 구입한 책이 너무도 재미가 없어서 악평조차 쓰기 싫어진 그 순간부터일거다. 의무적으로 끝까지 읽어는 주었지만, 과연 내게 남은건 뭔지. 그냥 잡지 책 한권이 나을 뻔 했다. 그건 책 한권에 생활의 지혜라도 한가지 들어있기 때문이다.



4. 정리는 남의 일.

매번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동생이 집정리를 해주곤 한다. 부끄럽게 나는 정리는 잼병이다. 버리지 못한다. 다 안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내 주변을 가득 메꾼 쓰레기를 대적하게 된다. 그리고 치운다고 앉아서 그걸 다 읽어보고 들여다 보고 회상하고 있다.
그래서 동생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나를 현실로 되돌이켜주는...
요령도 없고 게으른 나는 동생이 없었으면 난잡한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5. 추억도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다.

청소를 하다가, 수많은 것들을 버렸다. 몇년전 쿠폰, 고지서, 안내서....
훌훌 버리고 나니 종이만 10L 봉투 두개에 담아졌다. 그날 누구를 만나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카드 고지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지서조차 버리지 못했는데, 차곡차곡 모으다가 어느새 지쳐 여기저기 그득 쌓아뒀는데, 다 찢어버리고 있었다. 너저분한 것이 짜증이 나는 순간 모두 찢어버렸다.
추억도 버려진다. 나만 안고 가고 있다면 나 역시도 이젠 내가 먼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6.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래 정준하의 술집 이야기가 기사에 오르내리는데, 기본적으로는 정준하는 업소의 운영에 대해 잘 몰랐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만약에, 정준하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두 알고 있었는데, 본인들의 이미지를 고려하여 모르는 척 한다고 가정할 때, 나경은 아나운서가 유재석씨에게
나 : 준하씨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유 : 너 준하형 못믿어? 형이 그럴 사람으로 보여?
라고 말을 한다면... 뭐 이 모든 상황은 가정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편리를 위하여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믿어버림으로써 나의 부도덕함 혹은 나의 과오가 덮어질 수 있어 타인에게조차 그 믿음을 강요하는 상황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 순간 갑자기 사람, 그리고 믿음 역시도 두려워졌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올 것이다.
아마 신씨 아줌마와 변씨 아저씨는 그런 상태가 아닐까?






이 순간에도 맛없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화학향이 목을 넘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 먹어준다. 내 돈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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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9. 18. 19:21

실패, 두렵다.
포기, 슬프다.
노력, 힘들다.

그래서 시작도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나의 열정을 불사를 곳을 찾지 못했다 하지 말고,
하나에 미치면 주위를 못본다 하지 말고,
늦었다 하지 말고,
다른 핑계를 찾으려 하지 말고,

제발 좀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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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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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8. 9. 09:09

어제였군, 벌써.

며칠전 지갑이 돌아온 경위가 맘에 안들어 결국 금정 경찰서에 불만을 적어놨고, 어제 금정 경찰서 담당자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선 경찰서 분실물 센터의 프로세서가 알려진 바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1. 분실물 습득
2. 우체국에서 바로 택배로 보냄
3. 주소가 달라서 반송시 경찰서 취합
4. 물품 분류 후 신고된 분실물 연락처나 사이트를 통해서 연락취함

내가 아는건 2/3의 순서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연락이 오고 지갑이 돌아올지 알았던거다. 아울러 경찰서에 전화했을 때 누구도 나한테 그런 것을 설명한 적이 없었고, 사이트에도 그런 프로세서를 안내해놓은 것이 없었다.
이점에 대해서 담당자분에게 말씀드렸고, 또 그 분 잘못도 아닌데 화를 낼 일도 아니라서 고맙다고 하고 끊었다.

지갑은 왔는데, 쓸 수 있는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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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8. 7. 21:27

지난 28일에 부산에서 분실했던 지갑이 돌아왔다.
지갑에서 현금만 쏙 빠진 채로 택배로 돌아왔다.

안도감과 함께 화가 났다. 보낸 곳은 부산 한 경찰서였다.
나는 당일 30분내로 교통방송과 경찰서 분실물 센터에 연락을 했고, 3-4일 정도 뒤에 경찰서에 다시 알아보려고 전화했다가 알아서 연락할텐데 왜 전화했냐는 무안만 당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경찰서에서 집으로 착불택배지만 보내준 것은 고맙다지만, 내가 등록해둔 분실물 신고는 어찌된 것이란 말인가? 주민번호에 집주소에 핸드폰 번호까지 꼬박꼬박 남겨놨는데, 집에 오기까지 단 한통의 전화도 없었다.

대체 뭐가 뭔지... 그냥 신분증 도용안당한 것에 감사해야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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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7. 31. 07:56

25일 서울을 출발하여 경주에서 2박, 부산에서 1박을 하고 왔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서 걱정을 했는데, 역시 사람의 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인지 움직이고 놀러다니니 실제 별로 아픈지도 몰랐다. 다만, 배탈이 문제였지...

돌아와서 6기가가 넘게 찍힌 사진을 쳐다보면서, 정리할 엄두도 안나고, 게다가 잘 찍은 사진은 커녕 야경은 촛점조차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몇장 열어봤는데 의외로 사물이 구분이 가는 사진이 나왔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삼각대가 무거워서 구입할 생각조차 않는 나이기에 야경 촬영은 정말 고난이도 코스였다.

하지만, 이 뿌듯함도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해버리는 것이, 역시 볼수록 맘에 안드는 점들만 부각된다. 욕심이란 끊임없는 것이다. 그저 초심의 사물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것에 만족을 못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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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4. 22. 18:54

오늘은 지구의 날!

부지런히 이야기 들은 명동으로 갔다. 블로그에 올렸던 대학로 행사 외에도 명동 롯데 백화점 앞에서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행사가 있다길래 갔다.

직원 왈, 그런거 없단다. 그래도 아주 친절하게 어제 있었던 잠실점에 전화를 하는 등, 수차례의 전화 끝에 금일은 공연만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 이런, 뭐지? 난 분명히 안내문을 받았는데... 하지만 뭐 롯데측의 안내문이 아니였던지라 따질 수도 없었다. 그때, 안내장을 건내준 이가 왔는데 그 분 역시도 이 사태를 당황스럽게 생각하는거다.

결국 지구의 날 행사는 못보고, 환경부장관 얼굴 보고, 백화점 에코샵 런칭쇼 보고 왔다.

김창행이라는 인물, 오늘 정말 멋졌다.

자세한건 사진 정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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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4. 15. 20:48

중고등학교 6년을 보낸 그 곳에 다녀왔다.

등나무는 사라졌고, 건물은 새로지어졌다. 금남의 집으로 유명한 곳 운동장엔 동네 축구회인지 아저씨들과 학생들이 축구복을 입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느새 그 곳을 떠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선생님의 뒷모습만 봐도 어느 분인지 알 수 있을만큼, 내 오랜 유년의 기억을 담아낸 곳이다.

중학교 때는 첼로를 고등학교 때는 가야금을 정규수업으로 배웠고, 단오제 때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그네를 뛰고 널을 뛰었던 곳. 교정 뒤편에는 작은 연못에 잉어들이 놀았고, 그 연못 사이 돌다리를 건너 뒷동산에 가끔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가곤 했다. 그리고 연못 한켠엔 목련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면 그 따스한 햇살 아래 선생님들과 수다를 떨기도 했다.

첼로는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고, 연못은 새로 건물을 짓느라 사라졌다.
중학교 1, 2학년 때 교실과 고등학교 1학년때 교실만 그 자리에 있고, 본건물은 멋있게 새로 지어졌는데, 내 추억은 쓰러져 버렸다.
쓰레기더미 위의 첼로..... 내 기억도 이젠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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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건물이 중 1, 2학년때 사용했던 건물. 도서관이 있고 지금은 지역 공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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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의 첼로... 후배들은 이제 더 이상 배우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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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지만 여전히 잔디는 죽어 있었다. 늘 외치는 잔디보호는 안녕... photo by 우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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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4. 12. 19:08

지난 번 책 중 결국 한권은 읽다 지루해져서 다른 책을 먼저 볼 생각으로 새 책을 주문했다. 주인공과 공감대를 갖는 것과 책이 재미있는 것은 영 다른 모양이다. 공감은 가는데 왜 재미는 없지?

어제 오전에 주문하면 오전에 도착한다는 말에 주문했건만 오늘 왔다. 이틀을 꼬박 책 떄문에 꼼짝마 자세로 있었다. 나뻤어 알라딘!

커피프린스 1호점 윤은혜인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명 드라마의 원작이다. 이전부터 드라마와 소설을 비교해보곤 했는데, 과연 드라마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재미있길래 드라마까지 만드나는 궁금증이 생겨서 읽어보기로 했다. 지금 가보니 품절이다. 오! 운이 좋았군. 어제 아침에 주문한건데...

모독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의 광고를 보았다. 그냥 따뜻해지고 싶어서 골랐다. 이러다가 생각보다 덜 감동적이면 성질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실화 바탕이라는데...

눈뜬 자들의 도시 재미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주문해봤다. 쉬운 소설만 읽는 것보다는 간간히 복잡한 이야기도 읽어줘야지.

첫번째와 두번째는 쉽게 읽힐 것 같은데 과연 세번째는?



ps. 그나저나 왜 배가 미치도록 고프다가 또 한순간부터는 배가 전혀 안고프고 왔다갔다 하는걸까. 허기를 모르다 밥을 먹으면 배가 고파진다.

ps2. 마일리지가 14만원이다. 아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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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4. 10. 20:54

아 다방~
설탕 가득 프림 가득... 휘휘 저어 쓰읍~
쌍화차에 계란노른자 둥둥?

실은 집 앞 까페 D'AVANT에 다녀왔다. 뭐라 읽는지 보통 '다방'이라고 발음한다. 주로 와플 먹으러 가끔 가는데 소개해준 앙그라옹은 한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단다. 이전에 비해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가끔 와플 생각이 나서 가고 있다.

하지만, 그 살인적인 와플가격.. 보통 6-7000원을, 오늘 우동군이 두개나 먹어치웠다. ㅠ.ㅜ 내 커피 한잔에 5000원, 우동군의 와플 두개에 12000원..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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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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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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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더 먹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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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은, 그만 올릴께요 +_+


첫번째 와플은 정신없이 먹어치워서 두번째 와플만 찍었다. 것도 먹다가 찍은 샷 밖에 없다.
중간에 포크는 우동군의 의도치 않은 설정샷이였다. 사진 못찍게 하고 먹겠다고 포크 들이대는 순간이였다.


마지막 오늘 간만에 만난 삼식군. 간만에 반가웠다네. 난 와플만 찍을려 했건만 우동군이 굳이 찍어대네... 눈버릴 분이 계실까봐 ...


아, 저기 홈페이지 지도는 엄청나게 불친절하다.
그리고 뱌롱 치사하게 저번에 내가 찍은 사진, 자기 카메라에 있다고 주지도 않고 말야, 그러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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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
2007. 4. 4. 22:07

하루 종일 찝찝했다. 뭔가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유는 아래 포스팅에 적은 사건에 대한 애매모호한 내 태도 때문이였다. 물론, 나는 아직 결론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누구 한 쪽의 편을 들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비판을 내 성격만큼 신랄하게 하지 못한 것이 둥그스레 돌려 빗댄 것이 내 마음을 콕콕 찔러대고 있었다.

실은 이런 마음을 알면서도 내내 모른 척 감췄다. 찝찝함을 그냥 일상의 변덕쯤으로 누르려 했는데, 좀전에 설거지를 하다 그만 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마차를 타고 도망 탈출 혹은 망명하던 이들이 중간에 군인을 만나고 그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마차 안에 있던 매춘부를 강제적으로 군인과 자게 한 뒤 매춘부를 벌레보듯 보는 그런 소설이였다.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아 진주목걸이인가 했는데, 그건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소설이였다. 좀 더 생각해보니 '비계덩어리'라는 제목의 모파상 중편 소설이였다.

기억에 의하면 고등학교 때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 마차에 타고 있던 귀족을 위시한 남자들을 싸잡아 욕했던 그런 감상문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표독스러움은 대학 때까지도 유지되었던 것 같다. 직업을 가지고 당신들을 위해 희생한 한 여성에 대해 감사는 커녕 그런 취급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당신들이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약자가 아닌가라는 식의 감상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랬다. 앞뒤 재지 않고 쏘아붙이고 있는 그대로 내뱉었다. 대학 1학년 때는 동호회 세미나 중 한 친구의 작품을 흔들며 이것도 시냐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참 우스운 일이였다. 그러는 내 것은 시였던가. 여하튼 그때는 그랬다. 비난과 안티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시할 줄 알았다.

지금 내가 비계덩어리를 읽는다면, 나는 또 다른 감상을 적을 것이다. 그래야만 하는 그 매춘부를 제외한 이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척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못했다는 말 역시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적을 것이다.

내가 오늘 적은 포스팅이 그랬다.
나는 비겁했다.

나의 정의와 나의 선은 비계덩어리의 매춘부와 같지만 현실의 나는 마차 안의 매춘부의 피와 살을 주워먹는 귀족과 다를 것이 없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며 그 우위에 선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점점 소심한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는 내가 좀 더 유한 사람이 된 줄 알았다. 전처럼 모가 난 뾰족한 가시가 아니라 둥글게 살아가며 타인을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할 말을 목으로 삼키며 타인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자기 관리만 해대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과장되었으며 극단적인 평가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여전한 것은 내 안에 위선과 가식이 조미료 마냥 내 혀끝에 남아 온 종일 날 찝찝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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