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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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당초 그는,
가지 못할 길이었고, 디디지 못할 땅이였다.

다만 그가,
그곳에 있음을 좋아라하는 누군가 있었을 뿐이였다.

누군가는 물을 주고, 가지를 치고, 약을 주고,
그에게 옷을 입힌다.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는,
혼자 자라고, 혼자 커가며, 마음껏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자연이였을텐데
누군가에 의해 그곳에 뿌리내린 그는 홀로 숨쉬지 못하는
거리의 배경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는
겨울이면 나무에게 옷을 입혀준다.

나무에게 옷을 입히는 것은,
인류애를 가장한 자기만족-이기주의의 극치라는 것을.

지푸라기 쪼가리 한조각이 주는 따뜻함보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그 목마름을 알아주길,
그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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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