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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8 yes or no 4
2008. 1. 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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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주다보면, 과거 내 어느 한순간, 접점을 마주보게 된다.

어려서 했던 실수, 어리석어서 했던 실수, 사람 좋아해서 했던 실수, 순진해서 했던 실수.
악의를 가지고 했던 일은 하나 없었지만, 결국은 나 역시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그 화살이 다시 내게 돌아와 마음 아파했던 적들이 있다.

인과 응보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지 않아도, 다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뼈속까지 악하지 않은 한, 타인의 불행에 대해서, 타인의 아픔에 대하여 쾌재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행여 타인의 불행과 아픔을 소원했더라고 결과로 드러나는 순간 결국 인간애적인 측은지심이 발동하는게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사람만 좋아하던 어린 시절엔 정말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냥 no라고만 말하지 않으면 나는 착한건지 알았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하건간에 난 착하면 됐다라는 자기 위안으로 꼿꼿하게 버텨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어 어느 순간, 나의 뜨뜬미지근한 'no가 아니라는' 태도가 지니는, 모호함의 비수가 얼마나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지 몰랐다.
몰랐다 해서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오해를 눈덩이처럼 부풀려 다시 내게 비수가 되어 왔으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죄가를 치렀지만 그렇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그 착한 척의 병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붕어머리마냥 그냥 시간이 지나면 또 슬그머니 발병하고 마는 것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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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게시판에 적다가 분위기가 안맞아서 급히 블로그로 옮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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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