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15. 20:19


커피프린스 1호점
이선미 (지은이) | 눈과마음 |
ISBN 89-5751-517-8 | 2006. 08. 09.

로맨스 소설이다. 남들은 어릴 때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를 고3이 되어서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야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도, 시리즈별로 꽤 많이 읽었었다.

처음에 이 소설을 접할 때는 드라마의 원작이라?라는 생각으로 접했는데, 책을 받아 작가 이력을 본 순간 아! 그냥 로맨스 소설이구나 싶었다. 등단이 신영미디어의 로맨스 소설 현상 공모였기 때문이다. 신영미디어가 내 기억으로 할리퀸 로맨스를 끊임없이 출간하는 회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 회사의 모 컴퓨터 잡지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진 쓰라린 기억이 아울러... 송송송 떠오른다.)

뭐 로맨스 소설이라고 어찌 깔보는 것이 아니라,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이 소설은 줄거리만으로도 뻔한 스토리가 나오는 소설류라는 것이다. 읽는 것은 순식간이고 읽을 때는 나름 애틋하기도 하지만, 첫장에서 예상한 이야기 그대로 가는, 뭐 한줄 요약하자면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티격태격하다가 사랑했다더라' 정도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티격태격이다. 절대 고난이 없지 않다. 서로 죽도록 싫어하거나 사랑하다가도 큰 시련이 닥쳐서 오해로 헤어지거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로맨스 소설은 아무런 매력도 없다.

흔히 아는 드라마 불새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원작이 그에게 맞지 않는 여자라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누나와 나, 혹은 그 녀석과 나라는 지수현씨의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였다. 현재는 드라마가 방송된 뒤 백설공주로 출판되고 있다. 또 지수현씨의 소설 내 이름은 김삼순은 동일 드라마 제목으로 큰 히트를 치기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눈과마음'이 요새 로맨스 소설로 뜨는 출판사인가보다. 해외원작인 불새만 '신영미디어' 출판이고 나머지 세편은 '눈과마음'이다. 아무래도 신영쪽은 해외 로맨스 소설 번역 위주다 보니 어쩌면 국내 정서로 드라마화하기는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추측!
1%의 어떤 것이라는 드라마도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인데, 이건 읽어보지 않았다. 찾아보니 역시나 '눈과마음'. 확실히 국내 로맨스 소설의 대세인가보다. 아니 지존인가?
재미있는 것은 백설공주(KBS) 외에는 모두 MBC 드라마였고, 전부 꽤 좋은 성적을 냈던 드라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타겟이 20-30대 여성이라는 것이다.

앞서 로맨스 소설의 골자를 본다면, 이 현실을 떠난 환타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잠시나마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시켜 기분을 둥둥 뜨고 애틋하게 한다. 이 기분이 마약같아서 뻔한 스토리의 로맨스 소설들이 10년 20년이 지나도록 쓰여지고 읽혀지며 이젠 드라마로까지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읽어본 커피프린스 1호점은 소설로는 구성이 너무 허술했다. 등장 인물의 성격도 디테일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고, 총 4쌍의 러브라인 중, 메인 외의 것들은 '언제 대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갑작스럽게 해피엔딩이더라는 결론으로 끝을 냈다. 지나치게 주인공의 갈등만을 주제화시키고 큰 문제가 아닌 것들을 부각시켜 문제를 만들어내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설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며, 일이 생기면 멋진 남자주인공이 돈과 언변과 외모로 해결하곤 한다. 이 말도 안되는 것들이 로맨스 소설의 기본이며 그래서 먹힌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자, 그럼에도 이 소설은 드라마화할 여지는 충분한 것 같았다. 여주인공이 근래에 먹히는 씩씩하고 생존력 강한 중성화된 당찬 아가씨이고, 남주인공은 만고 불변의 보헤미안 영혼을 가진 재벌 3세이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는 대충 그려진 주변인들의 성격이 하나같이 특이해서, 그 분량을 늘리고 연기력이 뒷받침된다면 죽을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 공간적 장소인 커피프린스는 남주인공의 의도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꽃미남 4명(일명 F4인가?)이 알바생이라니 이 어찌 먹히지 아니하겠는가?

여주인공은 윤은혜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이 키 크고 잘생기고 건방진, 거기다가 잘나기까지하고 고아일지도 모른다는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주인공은 누가할지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근래에 다시보기하는 이동건이 스쳐지나가기는 하는데, 젠틀한 세련미나 큰 키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소설 속 인물과 언발란스하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오픈하기 직전까지 걱정했던 풀하우스의 송혜교는, 정말 송혜교식으로 잘 커버했다고 본다. (풀하우스는 원수연 원작의 16편짜리 순정만화이다.)

TV 프로그램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니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꼭 보겠다라는 결심은 못하겠지만, 볼만한 드라마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단,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다면 말이다.

근데 난 꽃미남 어린 배우는 되었고, 정말 약방의 감초같을 구씨 아저씨나 홍사장 역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엄마 역은 몇몇 중년 배우들이 뻔할 것 같고, 과연 나머지 이 조연들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맛깔나는 드라마가 되느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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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