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19. 21:22


모독-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 원제 Modoc : The True Story of the Greatest Elephant The Ever Lived (1997)
랄프 헬퍼 (지은이) | 김석희 (옮긴이) | 동아시아 |
ISBN 978-89-88165-78-2 03840 | 2007. 03. 19

가장 위대한 코끼리. 서커스단의 코끼리. 어른을 위한 동화. 실화를 바탕.

이런 내용을 보고 나는 그럴 듯하게 포장된 감동 깊은 동화 한편인지 알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 모지. 모독. 브람의 친구 코끼리의 이름이다.

랄프 헬퍼라는 저자는 실제 동물 조련사이며, 모독과 브람의 마지막 20년을 함께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드라마틱한 내용을 지녔음에도 그 감동을 이끌어내는 기술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물론, 책을 읽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눈물 지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쉽게 감동받기 때문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드라마를 밋밋하게 기술했다. 어쩌면 번역자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번역자 김석희씨의 두번째 책이라 딱히 말을 하기 힘들지만, 뭐랄까 객관적인 딱딱함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이 책은 뭐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다 읽고나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추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화되는 것이 추억이 아닌가. 아름다운 추억일수록 더 아름답게 꾸며지는게 아닌가. 모독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실화라 하기에는 너무  극적인 요소가 많았던 소설이기 때문이다. 뭐 우리네 삶의 옆집 아주머니도 이야기를 풀자면 장편 소설에 3박 4일짜리 사연이 있다지만, 한 코끼리와 한 남자가 겪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있다. 그들에게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하다못해 브람에게 있어서는 사랑마저도 너무 완벽하지 않았나 싶었다. 브람과 모독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영혼을 가졌다고 할만큼 서로를 잘 알고 친숙했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의 삶은 너무 많은 것을 포괄했고, 너무 위대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 점이 내 감동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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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