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극장에서 우뢰매를 보고 자란 세대이다. 내게 심형래는 감독이기 이전에 어린이 영화를 만드는 개그맨이였다. 그런 그가 용가리를 가지고 본격적인 영화시장에 들어섰을 때, 나는 수준이하라는 편견으로-당시 고질라도 보지 않았다. 그때는 예술영화만이 영화인지 알았던 시기였으니 뭐- 접하지도 않고 '유치한 영화'라고 치부했다.
디워라는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도 큰 관심은 없었다. 네티즌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낼 때도, 공개된 CG의 미숙함에 실망했었고, 미국 엔지니어와의 불화설이 있었을 때는 과연 개봉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평론가들은 C급 영화를 보듯 치부했고, 네티즌은 열광했으며, 심형래 감독은 꼭 성공하겠다며 다짐하는 인터뷰를 하곤 했다.
그리고, 난. 그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예고편을 보고 완전 실망해버렸다.
하지만 몇년 전과 같이 보지도 않고 저급 영화라 치부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보리라는 다짐을 했고, 드디어 오늘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기전 아침에 기사 하나를 읽었는데 이송희일 감독인가 하는 사람이 쓴 악평에 대한 기사였다. 여하튼 그리고 영화를 보았다.
뚜껑을 열어 속을 들여다보니 내 머릿 속에는 딱 두가지가 들어왔다.
우선 이 영화는 감성 마케팅이 성공시킨 영화라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이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서 눈물 지으며 나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나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말과 이렇게라도 시작해야한다며 헐리우드 진출 고난사를 줄줄이 낭독하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아리랑이라 피력할 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오히려 옹호론으로 돌아섰을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하겠는가? 심형래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당대 최고의 감독이래도 SF영화를 한국 기술로 미국 현지에서 이렇게 과연 촬영하겠느냐?라는 생각에 디워의 관객 점수는 0.5배 정도는 뻥튀기 되었다. 그리고 그 마케팅은 마지가 엔딩 크레딧의 심형래 감독의 구구절절한 메세지에서 다시 증폭되어버린다.
그리고 또 생각이 든 것은,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논하기 전에 너무 짤라댔다는 것이다.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렇게 가위질 편집을 해놓고, 관객들에게 스토리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뭐 이건 배급사측이나 극장가 사이의 이익에 관한 문제였겠으니 어쩌면 한 극장이라도 아쉬운 제작자 측에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일 수도 있다.(이미 첫번째 이유로 심형래 감독의 옹호론 쪽에 섰기 때문에 이런 평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이건 너무 짤랐다. 우리야 이무기 전설을 안다 치고 대충 껴들어 짜집기 해서 본다 치자. 그렇다면 심형래 감독이 그렇게 외친 미국 진출을 위한 것은 어디에 있을까? 뭐 물론 편집 자체가 따로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바라건데 감독판 DVD를 꼭 제작해달라고 하고 싶다. 그렇다면 내 애국심을 발동시켜서 꼭 사서 보겠다. 전설에 관한 부분만이 아니라 FBI의 개입과정도 너무 짤라 먹었고,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식의 LA에서 새라찾기도 너무 황당하였다. 내 생각에는 심형래 감독이 제작과정에서 스토리의 상당 부분을 편집 축약시킨게 아닌가 싶다. 쉽게 이건 내가 아는 A-B-C-D-E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설명할 때는 A는 전제로 두고 B로 갔다가 대충 D-E로 끝을 낸 구조라고 보인다. C는 내가 알기 때문에 남도 알겠지 싶은거다. 보이지 않아고 B와 D사이에서 뻔히 보인다는 뭐 그런 실수를 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 자체는 3.0을 감성 마케팅에는 4.8을 스토리에는 2.0을 주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까지는 솔직히 눈에 안들어온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영화들은 스토리를 많이 보는 영화는 아니다. 중간중간 개연성만을 잘 엮어주면 그럴 듯 하게 극장안에서 그 시간만큼 즐기고 나올 수 있는 영화이다. 설마 이 영화에서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적 메세지를 구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CG는 4.0을 주고 싶다. 영화를 보는 중에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일반적인 예고편이 영화의 가장 화려한 부분만을 가져다가 엮어놓은 것과 다르게 가장 어설픈 CG를 넣어둔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실사와 CG의 합성)이 아직까지의 기술적 문제점인지 모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후반 10분여간은 정말 좋았다.
안타까운점을 하나 더 들자면, 500년전이나 현재나 다를 바 없는 전사들의 무기였다. 오히려 완벽한 SF적 라인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500년의 시간차를 두고도 여전히 대포를 쏘는 공룡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오히려 그 디자인 그대로 이용하려 하였다면 불꽃이 나았지 대포는 영 언발란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민해봤다. 디워가 왜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는걸까? 그건 이 영화를 보는 기준에 따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영화가 형편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우리가 그간 봐온 완성도 높은 SF영화들의 화려함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좋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황무지에서부터 일궈온 그 가능성을 바탕에 두고 영화를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 쪽이다. 어차피 한술에 배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설픈 민족주의적 감성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영화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은 것은 사실이나, 심형래라는 감독의 역량에 기대를 걸고 싶은 것이다. 열렬한 지지자나 광팬은 되지 못하지만, 다음 영화가 나오면 극장에 가서 티케팅을 하고 볼만큼의 기대를 갖게 하는 감독임은 틀림없다.
- 아 졸려서 뭐라 쓴건지 대체... 읽어볼 여유도 없네.. 눈이 가물가물... 그나저나 중간에 '심씨네 대공원'은 정말 웃겼다. 실은 거렁뱅이 역으로라도 심형래 감독이 한컷 나와주길 은근히 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