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8. 06:59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전 2권 세트
박경철 (지은이) | 리더스북 |
ISBN  | 2005. 12. 27.


나란 사람은 편견 덩어리이다.
처음 박경철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어느 TV 프로그램이였다. 그는 경제, 투자 뭐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주식투자에 꽤 능한 의사라는 것이다. 그래 솔직히 생각한 것이 '뭐 있나 보네, 시간도 꽤 되니 저런데도 매달리지. 돈도 있으니 하지 뭐'였다. 그리곤 관심을 끊었다. 돈있고 시간있으면 누군들 못하겠냐라는 옹졸한 열등감에서였을까, 그냥 여러가지를 할 줄 아는 나랑 다른 환경의 사람이라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엠브는 이 사람에 조금씩 빠져들어갔다.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이전부터 운영했다는 블로그를 찾아가고 가끔 대화중에 박경철이라는 이름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날 책 몇권을 사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실은 한참을 관심 갖지 않다가 심심풀이고 1권을 꺼내들었고, 그날 밤새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많이 답답했고, 너무 많이 슬펐다.
잠깐 잊고 살았던 남을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능력과 무관하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솔직히 첫 1권의 반도 못읽고 이 책 읽기를 포기해야할 상황이 오기도 했다.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일을 경험한 의사 박경철은 그걸 가감없이 글로 써내려갔고,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본인 글에 임산부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이 파트는 그냥 넘어가라고 적어놨을까. 그저 그런 누군가 죽은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고 읽었던 나는 하염없이 울어야 했고, 무기력함을 느껴야했다. 그리고 그날밤 밤새 두통으로 끙끙거렸다. 그럼에도 내려놓지 못한 것은 자기반성이랄까. 알지도 못하는 사람 하나를 내 멋대로 잣대질하고 경외시했던 나에 대한 면죄부랄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누구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책.
그냥 한 의사의 경험이라고만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녹아든 책이 아닌가 싶다.

마음 약한 사람은 읽지 않았으면, 나처럼 두통에 시달리고 퉁퉁 부은 눈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만약 내가 서울을 벗어나 어디론가에 가게 된다면, 그게 안동이였으면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 온갖 세상사가 눈녹듯 내려앉을 것같은, 그런 곳이라고 나는 책을 통해 이미 가본 사람마냥 그곳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지 알기도 전에, 내 멋대로 판단해버린 것에 대해, 깊게 사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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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ha